“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졌어요. 격세지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출장에서 만난 교포들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위상이 몰라 보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애틀랜타는 미국 동남부에 있는 조지아주의 주도로 인천공항에서는 가장 먼 직항 노선이 개설된 곳이다. 인천공항에서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공항까지는 14시간 정도 소요된다.
199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 정도로 알려진 먼 이국땅에 한국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에 있다. 델타항공과 코카콜라 등 자국 기업을 제외하고는 외국 기업이 별로 없던 지역에 국내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국내 기업의 투자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해 SKC가 국내 기업 최초로 조지아주에 진출하면서 투자의 물꼬를 텄다. 2009년 기아차는 자동차 제조 공장을 설립했으며 2019년에는 SK온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만들었다. 2022년 현대자동차가 브라이언 카운티에 76억달러(약 10조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에 들어갔고 한화큐셀은 태양광 생산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부품업체 등 연관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150개가 넘는 기업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조지아주가 한국의 기업도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같은 국내 기업의 투자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조지아주는 1985년 한국투자사무소를 열고 투자유치에 올인했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을 해외기업 유치에서 찾고,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마련해 설득한 것이 성과를 내고 있다.
교포들은 현지 공장에 성조기와 나란히 걸린 태극기를 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고 했다.
현대차가 진출한 이후 조지아주 현지인들은 더 이상 현대를 ‘현다이’로 부르지 않는다. 정확하게 ‘현대’로 발음한다. 현대차에 취업한 미국인들은 자랑스럽게 현대 로고가 적힌 작업복을 입고 외출하고 있다.
“현대에 다닌다고 하면 결혼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현지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어요. 우스갯소리 같지만 사실입니다. 한국 기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기대만큼 위상도 엄청 높아졌어요.”
조지아주에 한국 기업 진출이 늘어나면서 인천-애틀랜타 노선에는 현재 하루 3회 정기 여객기가 취항할 정도로 주요 노선이 됐다. 미국 각지에 살던 교민들의 이주가 늘면서 한인수가 26만명에 이를 정도다. 로스앤젤레스(LA)·뉴욕에 이어 3번째로 많은 한인이 살고 있다.
쇠락하던 조지아주는 해외 기업을 유치해 활력 넘치는 도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인구감소로 지난해 기준 전국 시·군·구 228곳 중 절반이 넘는 118곳(52%)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지역에 사람, 특히 청년이 몰리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차별성 없는 케이블카와 출렁다리 설치로 관광객을 모으겠다는 단기 성과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적극적인 기업유치를 통해 소멸위험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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