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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휴 비 소식이 예보되자 그제 이른 아침부터 테마파크나 유원지 등 야외로 빠져나가는 차량들로 도로는 북새통이었다. “아이들과 식사나 하자”는 집사람 꼬드김에 대신 대형쇼핑몰로 향했다. 손주 선물을 사러 장난감 가게를 들렀을 때다. 가게 앞에서 떼를 쓰며 우는 한 어린이가 목격됐다. 부모가 달랬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집사람이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집사람이 “손주에게 선물 하나라도 사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엔 어린이날 외식은커녕 선물 하나 사기 힘든 처지의 어린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지난달 26일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4’를 발간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600만명 이상 국민들의 행복도를 측정해 왔다. 센터에 따르면 어린이날의 만족도는 2018년과 2019년이 각각 1년 365일 중 가장 행복한 날 1위와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258위로 밀려났다. 2022년과 2023년 어린이날도 191위와 146위를 차지했다. 2023년은 코로나19 영향이 작은데도 순위가 낮은 것은 엔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불황이 지속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부모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질수록 어린 자녀 행복도도 반감된다는 얘기다.

어디 그뿐인가. 2021년 한국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였다. 국제아동권리기구와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에서도 한국 어린이들은 35개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한다. 아동 학대와 각종 사고로 우리 어린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과도한 사교육에 치여 스마트폰이 유일한 친구일 정도다. 가족과 함께하는 어린이날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2028년이 되면 187만명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574만9301명의 3분의 1도 안 되고, 올해 248만1248명보다도 25%나 줄어든 수치다. 모두 저출생 탓이다. 앞으로 어린이날은 한국 사회에서 더는 특별한 공휴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이 급감하고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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