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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비올레타’ 신선… 몰입도 아쉬워

입력 : 2024-04-28 20:47:34 수정 : 2024-04-28 20: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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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리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이야기로 재탄생
베르디 명곡들 열창… 자막 보는 건 어색

지난 26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명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춘희)’를 색다르게 만났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1813∼1901)의 대표작인 ‘라 트라비아타’는 19세기 중엽 파리 사교계의 여왕이던 비올레타와 순수한 부르주아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오페라다.

지난 26일 서울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춘희’ 공연에서 비올레타 역의 소프라노 이지현(오른쪽)과 제르몽 역의 바리톤 김기훈이 한복 차림으로 열연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하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은 이 작품의 시간적·공간적 배경을 파격적으로 바꾼 ‘라 트라비아타·춘희’를 25∼28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렸다. 배경이 1800년대 중반 파리에서 1900년대 초반 일제강점기 경성(서울)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레 전체 이야기 틀과 등장 인물 설정도 달라졌다. 독립운동 조직과 친일 세력과의 대립 속에 비올레타는 기생으로 위장한 독립운동 조직원이고, 알프레도와 제르몽은 각각 일본 유학파 출신 청년과 조선 갑부 양반으로 그려진다. 비올레타가 알프레도를 구하려 친일파의 총탄을 맞고 죽는 것은 극적이다. 비올레타와 제르몽이 한복을 입은 채 한옥 배경 무대에서 이탈리아어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도 새롭다.

이와 관련, 이래이 연출은 개막 전 기자간담회에서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가 (격동의 시기였던) 이탈리아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진 작품으로 이를 한국적인 상황에 대입하면 우리 관객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일제시대와 경성이라는 배경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라 트라비아타’가 세계 각국에서 제작자와 연출가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상징을 덧입혀 재창작돼 온 작품인 만큼 서울시오페라단의 이번 시도 역시 신선했다. 다만 연출의 파격이 대사와 노래, 음악과 일체감을 이루며 작품 자체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했는지는 의문이다. 각 좌석 등받이 뒤쪽에 부착된 화면으로 자막과 무대를 동시에 봐야 하는 것도 공연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소프라노 이혜정·이지현(비올레타 역), 테너 정호윤·손지훈(알프레도 역), 바리톤 유동직·김기훈(제르몽 역) 등 출연진의 열창과 열연, 여자경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이끈 오케스트라 연주는 박수쳐줄 만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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